나른한일상

3기 신도시 반대하는 시민들을 보면서 느낀점..

윤해 2019. 9. 30. 01:42

경기도 고양 창릉 지구 등에 정부가 '3기 신도시 계획'을 세웠다. 이유는 공급물량을

늘려 서울의 집값을 내려보겠다는 취지였다.

 

 

 

이 소식을 접한 기존 신도시 입주민인 고양 일산과 파주 운정 등 주민들이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집단행동에 나서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오로지 재산권이 목적인 집단이기주의의 시작인가?"

 

그리고 이 소식이 뉴스화 되면서 나 역시 TV에서 접하게 되었다. 언뜻 보기엔 정부의

취지가 나쁘지 않았고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열심히 일하는구나 생각했다. 

물론 일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집값이 그리 쉽게 잡힐 놈이 아니다. 그래서 안타깝기도 했다.

아울러 집단행동에 나선 1,2기 신도시 주민들이 집단이기주의적 행동이 아닌가 추측해보기도

했다.

 

"기사만 접하고 오판하고 있었네.."

 

헌데 KBS에서 다큐 형식으로 이 문제를 다룬 영상을 보고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 기존에

커다란 문제가 존재하고 있었고 이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과제로 남아있었기 때문인데

바로 교통문제였다. 기존 신도시에 사는 A모씨는 내가 본 기억이 정확하다면 대략 6시 50분이나

7시에 집에서 출발해서 회사에 간발의 차로 도착하는 시각은 9시쯤이었다. 그것도 막힐까 봐 조마조마한

상태로 말이다. 그렇다면 하루에 4-5시간을 출퇴근 교통편에서 보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나 역시 부산 광안리에서 북구 화명동까지 출근하는데 1시간 20분가량 걸린 기억이 있다.

하루 출퇴근 소요시간은 2시간 40분이다. 그 긴 시간 동안 앉아있으면 엉덩이에 쥐가 난다. 운이 좋아

앉아도 엉덩이에 문제가 생기지만 운이 나빠 앉기에 실패라도 하면 다리가 얼얼해진다.

 

"이게 사람이 할 짓인가?"

 서울에 직장을 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경쟁이 치열한 수도권을 떠나 주위 경기도 신도시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게 되는데 여기서 제일 중요한 대목이 바로 수도권으로 진입하는 교통편이다.

 

접근이 용이하지 않다면 그곳에 터를 잡을 바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서울에 접근이 용이하다고

대대적인 사기 홍보를 했고 사람들은 거기에 낚여서 입주를 한 것이다. 근데 이 사기의 주체가 바로

정부라는 소리다.  

 

"정치인들 사기 잘 치는 건 알겠는데 적당히 좀 하자."

 

 신도시 계획을 세웠다면 당연 그 사람들이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교통편을 비롯해서 주변 인프라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그게 정상이다. 사람에게 장기이식을 하면서 몸에 적응기간을 두지 않고 이것저것

한 번에 다 바꾸어 버리면 그 사람이 과연 살겠는가? 그건 미필적 고의로 살인과도 같다. 아직 인체 장기가 자리를

안 잡으면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다음 수술을 진행하면 안 되는 것처럼 기존 신도시가 제자리를 잡지 않았는데

다시 신도시 계획을 발표하는 것이야 말로 바보 행정이거나 이기행정 사기행정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김현미 국토부 장관 정말 실망이에요."

 

 

늘 마음속으로 응원했던 인물인데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를 보면 정말 보여주기 식 행정이라는 생각밖에는 안 든다.

그게 아니라면 무능했던가.. 정말 그 신도시에서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피가 타들어가면서도 이 악물고

버텨내는 그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한 번이라도 그들의 입장에 서서 배려해본다면 이번 사태는 없었을

것이고 신도시 계획 발표도 없었을 것이다.

 

설마 국토부 장관 마지막에 뭔가 하나 보여주려고 해서 선택한 것이 3기 신도시 계획이라면 당장 철회하시고

1,2기 신도시 사람들을 위해 더 철저한 조사를 동반한 교통계획을 세워준다면 많은 사람들이 칭송하고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줄 것이다. 

 

 

 

"3기 신도시 계획은  서울 집값  절대 안 내려간다."

 

 

왜냐고? 한 번 생각해보자.

서울에 집값이 오르는 이유는 공급은 제한적인데 수요는 많아서 그런 것이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당연히 수요가 많은데 공급에 적으면 공급의 단가는 올라간다. 

그렇다면 수요의 일부분을 3기 신도시라는 곳으로 빼버리면 당연히 수요의 경쟁이 낮아져

공급의 단가는 떨어지게 될 것이다. 고로 집값이 떨어진다는 소리인데 여기까지가 초등적 발상이다.

정부는 여기까지만 생각한 거 같다.

 

근데 수요자들이 그곳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 그곳으로 몰려가지 않는다면? 절대로

공급의 단가는 내려가지 않는다. 왜 몰려가지 않냐면 이미 해당 사태가 일파만파

언론을 통해 퍼졌고 이제 세상 사람들이 다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곳에 가면

출퇴근 지옥에 갇히게 될 것을 아는 사람들이 누가 좋다고 거기 이사 가겠는가? 

 

 

"사태는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

국토부에도 나와있지 않나?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3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하기 이전에 단 한 번만이라도 아침에

서울로 출퇴근을 해보았다면 절대 저런 발표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현장조사는 뒷전이고 탁상행정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믿고 있는 것인가? 게다가

2기 신도시 미분양 사태까지 발생했다면 국민들이 바보가 아니란 소리다. 국민들은

당신들보다 똑똑한 사람이 차고 넘치도록 많다. 그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렇기 때문에 3기 신도시를 정부가 강행한다면

대한민국에 또 하나의 암덩이를 키우는 것이나 매 한 가지다.

소통을 강조해온 정부라면 이번 문제를 외면해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김현미 다시 당신을 지지할 수 있는 국민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랍니다.

당신이 바뀐다면 반대자들도 지지자로 돌아설 계기가 될 겁니다. 실수는 누구나

합니다. 하지만 실수를 바로 잡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실수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