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일상

마지막 사랑니를 발치하다...

윤해 2019. 10. 10. 14:06

나에겐 수 십 년간 나와 함께했던 사랑니 4개가 있었다. 두 개는 2014년 발치로 나를 떠났고 1개는 2017년에 떠났다. 그리고 오른쪽 아래 한 넘이 남았다.

 

의사 선생님 이야기로는 이 놈이 무척 깊숙이 박혀있다고 했다. 게다가 이 넘은 아래쪽에 큰 신경과 맞닿아 있어서 발치시 상당히 위험하다고 했다. 발치 시 잘못되면 신경마비가 올 수 있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2014년도에 처음 들었는데 이후 세 군데 치과를 옮겨 다니면서 확인해보니 다 같은 이야기를 하셨다. 그런 두려움이 더해져서 그런 것인지 차일피일 미루다...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버린 것이다.

 

 

"발치를 결심하다."

 

 최근에 충치 치료를 하면서 180만 원 가까이 견적이 나와서 모두 치료를 끝냈다.

그 와중에 내가 느낀 건 충치란 게 오래도록 방치하면 정말 후회 막급의 고통으로 되돌아온다는 것이었다.

슬슬 칫솔질이 잘 되지 않는 사랑니가 나중에 썩었을 경우를 생각하니 무서워지기 시작했고 결국 신경마비에 대한 두려움을 사랑니 충치에 대한 두려움이 억누르고 말았다. 오른쪽 사랑니 발치를 결심한 것이다.

 

 

"12시부터 치료를 시작해서 12시 30분에 마무리..."

 

 치료 전 간호사분이 2시간 뒤에 어쩌고저쩌고 주의사항을 설명을 해주시는데.. 귀에 잘 안 들어왔다.

곧 내 살을 째고 어금니를 기구를 사용해서 발치를 한다는 상상을 하니 말이다. 여태 뽑았던 3개의

사랑이와는 달리 오른쪽 아래 어금니는 자라다 만 것인지 몇십 년째 반은 살에 파묻혀서 성장을 멈추었다. 엑스레이를 찍어보면 위로 자란 게 아니라 아래로 더 자란 거처럼 보였다. 그래서 더 깊숙한 곳에 있던 신경과 만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잠시 후 의사 선생님이 들어오셨고  생각 외로 수술시간이 좀 걸릴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일단 마취를 입 우측 안쪽 깊숙이 주사 바늘을 넣으시면서 " 좀 따끔할 겁니다." 말해주셨다. 약간 따끔할 뿐 참을만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감각이 점점 무뎌지기 시작했다. 마취가 된 것이다.

 

 살을 찢는다고 했는데... 솔직히 이건 아무 느낌이 들지 않았다. 지금 수술이 끝나고 1시간가량 지나서

글을 쓰고 있는데 이건 마취가 풀려봐야 알 것 같다.

 

 이를 긁는 듯한 그리고 그라인더 같은 걸로 가는 듯한 느낌이 들다가 갑자기 의사 선생님이 " 딱 할 겁니다." 말하자 1초 뒤 딱~! 하는 소리와 함께 이의 일부분이 부러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뺀치 같은 걸로 이를 힘을 주어 위아래로 흔들자 이가 쑥 빠진 듯 하자 간호사 선생님이 "생각 외로 빨리 끝났네요."라고 말해 주셨다. 아... 디엔드~~!! 이때가 젤 기분 좋다.

 

 

"이 치과 생각 외로 소독을 많이 하신다."

 

발치를 하면서 총 세 군데를 가보았는데.. 입 주변과 코 위까지 소독약을 바른 곳은 여기가 유일했다. 그리고 발치가 끝나자 항생제를 비롯해서 다른 약까지 팔에 주사로 놓아주셨는데.. 나머지 두 개의 주사 이름은 듣지 못했다. 단지 어지러울 거예요 하자... 핑~~ 어지러웠다. 그렇게 모든 게 끝나고 4만 2천 원 결제하고 약국 가서 약을 처방받은 다음 사무실로 돌아왔다. 아직 오른쪽 턱과 뽈이 얼얼하다. 솜은 2시간 후 빼라고 말해주었다. 커피, 술, 뜨신물에 몸을 담그거나 사우나 가지 말라고 했으니 아마도 혈관 팽창이

위험해서 그러나 보다. 

 

 

 

 

이렇게.. 내 마지막 사랑니와 작별을 나누었고 이를 기념하여 글로 남겨본다.

 

 

 

"잘 가 오른쪽 아래 사랑니야... 내 몸의 일부분이었던 너를 잊지 않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