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일상

스타벅스 재고를 알려면 무조건 매장으로 오라고? 내가 왜?

윤해 2020. 9. 14. 22:54

 

 얼마 전 아내가 스타벅스에 새로운 조각 케이크가 나왔다고 먹고 싶다고 했다.

사무실에서 걸어서 한 8분거리에 스타벅스가 있어서 산책도 할 겸 겸사겸사 방문했다.

아내가 말한 케익은 진한 얼 그레이 생크림 케이크와 슈크림 가득 바움쿠헨이었다.

 

 

 

바움쿠헨? 이름이 왠지 독일식 같긴 한데 먼지 모르겠다.

 

하여간 코로나19 때문에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가 꺼려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마스크를 얼굴에 단단히 밀착시키고 매장으로 진입했다.

근데 웬걸 횅한 매장을 상상했는데 의외로 사람들이 좀 있었다.

나처럼 테이크 아웃해서 나가려고 줄을 선 게 아니라 아예 매장에 앉아서 음료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헐.. 위기의식은 나만의 전유물인가? 쩝.

 

 

카운터에 내가 원하는 케이크를 요청하자..

직원분이 진한 얼그레이 생크림은 오늘 다 나가고 없다고 했다.

어쩌겠는가.. 전화도 안 하고 온 내 잘못이고 늦게 온 내 잘못이지..

그래서  바움쿠헨만 사서 집으로 왔다.

저녁에 식사 후 아내와 아이와 함께 맛나게 먹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서 이번엔 그냥 방문하지 않고

매장에 전화를 걸어보려고 했는데 매장 전화번호가 모두 같은

스타벅스 15.... 대표번호였다. 공식 홈페이지에 매장 전화번호가 없다.

 

 

겨우 상담원과 통화가 되어 내가 지금 매장에 가서 

사고 싶은데 이거 재고가 있나요? 물으니

그건 알려드릴 수 없고 앱에서 주문하면 알 수가 있단다. 

케이크 하나 사는데 그것도 아니고 내가 살 물건이 있는지 없는지

물어보는데 앱을 깔라니...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가?

뭐 길게 싸울 필요가 있는가 앱 이름이 머에요 물었다.

그러니 "사이렌 오더"라고 말해주었다. 혹시 몰라 다시 한번 물었다.

"앱 이름이 '사이렌 오더' 맞죠?"

"네 맞습니다."

전화를 끊고 구글 플레이를 실행해서 검색에 정확히 사이렌 오더를

입력했다.

 

 

스타벅스란 앱이 제일 위에 있고 "사이렌 오더"란 앱은 없다.

혹시 저 스타벅스 앱을 깔면 사이렌 오더가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스타벅스 앱을 깔고 그 안에 사이렌 오더란 탭에서 확인하시면 됩니다"

라고 안내해주는 게 최소한의 배려 아닐까?

혹시 몰라 인터넷 검색을 해보기로 했는데 역시나

스타벅스 앱 안에서 하라는 설명들이 여기저기 나왔는데 

무슨 카드도 등록해야 하고 회원가입도 해야 하고...

순간 내가 지금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건 하나 사러 가는데 재고가 있는 걸 알아내기 위해 이런 수고를

감내해야 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란 생각에 앱을 지워버렸다.

소비자를 얼마나 우습게 아는 것인가란 생각도 들고 해서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어떻게 하다 검색 결과에 누군가 적어놓은 매장 전화번호를

획득하게 되었다. 기다릴 소냐... 바로 전화했다. 고객센터처럼 앱 깔라고 안 그러겠지..

매장이니 자기 눈앞에 있는지 없는지 알려주는 게 그렇게 힘들지는 않을 테니깐.

 

전화는 금세 받았다.

 

"저기 얼그레이 생크림 케이크 있나요?"

"죄송하지만 매장에 오시지 않으시면 알려드릴 수가 없습니다."

"네? 가서 없으면 헛걸음하란 소린가요?"

"재고를 알려면 매장으로 오셔야 합니다. 전화로는 알려드릴 수 없어요"

"아니 그런 게 어딨어요!!"

 

순간 내가 격앙되게 반응했다.. 너무 어이가 없기도 했다.

직원은 왠지 말하고 싶지만 누가 시켰는지 말할 수 없다는 투였다.

그리고 정확히 없다고 말하지는 않고 돌려서 나에게 말했다.

 

"오늘은 힘들 수 있을 거 같아요"

"음.. 오늘은 힘들다는 거죠?"

"네..."

"그래요 알겠습니다. 수고하세요."

 

 

그렇다. 이게 스타벅스가 고객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자신들의 마케팅(앱을 깔고 회원가입)을 위해선

고객이 불편해도 상관하지 않는 그런 기업.

댁들 기업정책이니 뭐라고 하진 않겠지만 최소한 고객들이

어느 정도 납득할 만한 방식으로 마케팅을 하기 바란다.

누가 봐도 참 더럽고 치사하고 쪼잔하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장사를 하고 싶은가?

그게 곧 기업 이미지가 된다는 것을 절대 간과하지 않길 바란다.

 

집에 와서 아내에게 자초지종을 말하자.

"와 정말? 사 먹지 말자 요 앞에 작은 카페 생겼는데 거기 케이크 괜찮데.."

"그래?"

"ㅇㅇ 거기서 사 먹으면 되니 스벅 가지 마.."

"ㅇㅋㅂㄹ "